본문 바로가기

양조장 넓은 포도밭을 끼고 마주보고 있는 두 양조장은 몇 대에 걸쳐 경쟁 관계에 있다.
테오 & 아일라 #01. 조우(遭遇) : 우연히 서로 만남. 어두운 밤이었다. 사람의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밤. 테오는 아브네아의 상점가 골목에 와 있었다. 은밀한 거래가 있다는 뜻이었다. 왕성의 충실한 재무 보좌관으로서 굳이 신분이 노출될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을 감수할 이유는 없으므로 그가 직접 움직이는 일은 흔치 않았으나, 결국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은 중요한 거래가 있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자신의 눈 앞에 처참하게 널브러져 있는 병사들의 시체들을 내려다보며 테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 발 늦었다. " 르윗, 주위를 정찰하고 와. " 테오는 어깨에 앉아있던 부엉이의 깃털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고, 금색의 눈을 느리게 깜빡이던 부엉이는 곧 날개를 펼쳐 캄캄한 하늘로 사라졌다. 거래자는 블라고 ..
테오 & 율 #01. 의뢰 붉은 융단을 소리 없이 밟으며 들어서자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로 둥근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그 주위로 술기운에 다소 소란스러워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베안 루아. 이멘마하의 골목 한편에 자리 잡은 이 주점은 이웨카가 뜬 밤이 되어야 비로소 하루가 시작되는 곳이었다. 늦은 밤 테오가 이 곳을 찾은 것은 단지 술을 마시기 위함이 아니었다.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붉은 그랜드 피아노 앞으로 마찬가지로 붉은 머리칼을 하고 고고하게 서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테오, 어째서 이제야 찾아주신 거예요. 당신을 만나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테오는 살짝 웃으며 그녀의 손등에 짧게 입을 맞췄다. "못본새에 더 아름다워지셨군요 루아. 당신이 있는 한 저 하늘의 이웨카도 빛을..
루아 베안 루아에서 일하는 루아는 테오의 신분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신용 고객이다.